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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섬유 [네이버 물리산책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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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관리자 작성일2011-09-16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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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말에 시작된 정보 통신 기술의 발전은 점점 가속이 붙어서 최근에 와서는 인터넷을 중심으로 우리 일상생활은 물론 사회 구조를 뿌리째 바꿔놓고 있다. 거대한 지식이 축적되고 전파되고 있으며 개인과 개인 사이는 물론 국가나 회사와 같은 조직의 내외부 소통 방식도 많은 부분 정보 통신 기술에 의존하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를 가능하게 한 다양한 기술들이 있지만 많은 정보를 장거리에 값싸게 전달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한 광통신 기술은 정보통신 혁명의 속도를 한층 높여 준 터보엔진이나 다름없다.

 

 

광섬유의 등장으로 비롯된 광통신 기술은 정보통신 혁명의 속도를 한층 높여 준 터보엔진이나 다름없다.

 

 

19세기, 전자기파 통신의 가능성을 열다

 

19세기는 전자기학에 대한 많은 발견이 이루어진 시기다. 맥스웰 같은 과학자들의 발견으로 우리는 전파나 빛 등이 모두 전자기파이며 다만 서로 파장이 다를 뿐임을 알게 되었다. 전자기파를 이용해 서로 멀리 떨어진 사이에 통신을 하는 방법은 전자기파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없던 시절에 일찌감치 개발되었다. 적절한 주파수의 전자기파를 발생시키는 장치와 여기에 신호를 싣는 장치로 송신기를 만들었고, 이 전자기파 신호를 받아 신호를 걸러내는 수신기를 만들었다.

 

송신기와 수신기 사이에서 신호를 실은 전자파는 자유공간을 지날 수도 있고(무선통신) 특정한 도파로를 따라갈 수도 있다(유선통신). 1837년에 미국의 새뮤얼 모스(사무엘 모르스, Samuel F. B. Morse, 1791~1872)는 전신기를 발명해서 수백, 수천 km 떨어진 장소 사이에서 모스 부호(모르스 부호)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고받는 장거리 유선 통신 시대를 열었다. 약 40년 뒤인 1886년에는 미국의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A. G. Bell)이 전화를 발명하여 유선통신망은 급속하게 발전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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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7년 후에 ‘모스부호’로 개량되는 알파벳 기호와 자기장치를 만든 새뮤얼 모스.(왼쪽) 자석식 전화기의 특허를 받은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오른쪽)

 

 

1890년대에 이탈리아의 마르코니(G. M. Marconi)는 무선전신 기술을 발전시켜 ‘전선’을 설치해야 하는 유선통신의 한계를 넘어섰다. 그는 1900년에는 대서양 횡단 무선통신에 성공하였으며, 이 업적으로 1909년에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이런 무선통신을 이용한 대표적인 기기가 라디오다. 우리가 듣는 AM 라디오는 수백 kHz, FM 라디오는 수십 MHz, 그리고 무선 전화는 수 GHz 정도 파장을 갖는 전자기파를 사용한다.

 

 

주파수 할당과 혼선의 걱정이 없는 유선통신

 

전선이 없이 신호를 주고받는 무선통신의 위력은 대단한 것이었지만, 계속 발전하고 있는 통신망의 주축은 유선 통신이었다. 무선통신은 같은 주파수 할당이나 혼선의 문제가 있었지만, 유선통신에서는 신호를 실은 전자파가 송신기와 수신기 사이에 직접 연결된 도파로를 지나기 때문에 신뢰성 있게 장거리 전송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유선통신을 연구한 과학기술자들은 가능한 한 많은 정보를 가능한 한 먼 거리에 값싸고 신뢰성 있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들은 전자기파의 주파수가 클수록 단위 시간당 많은 신호를 운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어, 높은 주파수의 전자기파를 발생시키는 다양한 방법을 연구했다.

 

또한, 신호를 실은 전자기파는 송신기에서 수신기로 가는 과정에서 신호의 크기가 작아지는 단점이 있었다. 전자기파가 물리적으로 확산될 수도 있고 중간 매질에서 흡수나 분산이 생겼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자들에게 이러한 에너지 손실과 잡음보다 충분히 큰 전자기파 신호를 수신기까지 정확하게 전달하는 일이 큰 숙제로 남았다.

 

많은 연구와 노력 끝에 과학자들은 전자기파 신호를 손실 없이 정확하게 보내는 방법을 알아냈다. 중심에 도체가 있고 이를 부도체로 둘러싼 다음, 다시 그 바깥을 원통형 도체로 둘러싸고 있는 구조로 전선을 만들면, 전자기파가 두 도체 사이에 갇혀서 지나간다. 이런 전선을 두 도체 축이 같다고 하여 ‘동축케이블’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동축케이블은 전송 가능한 전자파는 진동수가 수 GHz를 넘지 않아 에너지 손실은 여전해, 수백 미터나 수 km 이내에 신호가 원래 크기의 백 분의 일 이하로 줄어드는 단점이 있었다. 따라서 신호를 장거리 전송하려면 수 km마다 신호를 받은 다음 다시 새 전자파에 실어 보내는 중계기를 설치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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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섬유에 레이저를 쏘다

 

1958년에 타운스(Charles H. Townes, 1915~)는 레이저를 발명했다. 레이저는 특정한 주파수의 빛을 만들어낸다. 즉 수백 THz나 되는 높은 주파수의 전자파 발생 장치가 태어난 것이다. 그는 이 업적으로 1964년에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이를 이용해 통신을 하려는 시도가 생겼다. 다시 말해 적은 손실로 빛 신호를 장거리 전송하는 도파로를 만들어내려는 노력이 시작된 것이다.

 

중국계 미국인 과학자 찰스 가오(카오, Charles K. Kao, 1933~) 연구팀은 1966년에 발표한 논문에서 유리로 된 섬유를 레이저신호의 전송로로 쓸 것을 주장했다. 즉 직경이 빛의 파장 백 배 정도 되는 원통형 유리 섬유를 만들고 이의 중심축에 빛의 파장 정도 직경을 갖는 범위 안의 굴절률을 1% 정도 높인 광섬유 구조를 처음 제안한 것이다.

 

가운데 유리 섬유의 굴절률을 높이면 전반사 현상으로 빛이 중심축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또한, 굴절률 높은 부분의 크기를 파장 크기 정도로 작게 하면 빛의 경로가 여럿이 생기지 않고 하나로 되어 장거리 전송이 가능하다. 이를 단일모드 광섬유라고 한다.

 

당시 이 이론을 근거로 만든 실제 광섬유는 손실이 1,000dB/km 수준이었다. 즉 빛이 불과 20m 가면 원래 세기의 백 분의 일 수준으로 작아져서 사실상 장거리 전송이 불가능했다. 그러나 이들은 이러한 손실은 불순물 때문이고 유리 자체의 특성은 훨씬 투명해서 손실을 20dB/km (1km에 100배의 손실) 이하로 낮출 수 있으며 이러한 광섬유를 이용하면 1Gb/s 정도의 고속 신호를 전송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논문은 유리로 된 섬유로 레이저의 도파로를 만들려는 경쟁에 불을 지폈다. 이 공로로 가오는 2009년에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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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보는 광통신의 원리

 

 

장거리 광통신 시대를 열다

 

가오의 도전적인 예측에 힘입어 유리섬유를 이용한 광통신 기술은 급격히 발전했다. 1970년에 코닝(Corning)사의 모러(Maurer), 켁(Keck), 그리고 슐츠(Schultz)는 티타늄을 도핑 하여 17dB/km 수준의 단일 모드 광섬유 제작에 성공했다. 이들은 1972년 6월에는 Ge를 도핑 하여 삽입 손실을 4dB/km로 줄였다.

 

이어서 1978년 일본의 NTT 이바라키 연구소(Ibaraki Electrical Communication Laboratory)의 연구원인 미야(T. Miya), 테루누마(Y. Terunuma), 호사카(T. Hosaka) 그리고 미야시타(T. Miyashita)는 1.55μm 대역에서 단일모드 광섬유 삽입 손실 기록을 0.2dB/km로 단축했다. 30년이 지난 현재 쓰이고 있는 광섬유의 삽입 손실도 이와 큰 차이가 없다. 게다가 이들은 광섬유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기술도 확보했다. 이제 100km를 전송해도 원래 빛의 세기에서 1% 이상이 유지되는 장거리 광통신 시대가 열린 것이다.

 

 

광섬유를 이용한 광통신 기술의 발달로, 100km를 전송해도 원래 빛의 세기에서 1% 이상이 유지되는 장거리 광통신 시대가 열렸다. <출처: NGD>

 

그렇지만 광섬유를 통해 장거리 전송을 하기 위해서는 수십 km마다 중계기를 통해 신호를 재생해야 했다. 광신호에서 신호를 찾아내어 새로운 광원에 다시 신호를 싣는 과정에는 신호의 광/전 변환(광신호에서 전기 신호로 변환)에 이은 전/광 변환(전기 신호에서 광신호로 변환)이라는 복잡한 절차가 필요하다. 이를 수행하는 광중계기의 가격은 매우 비쌌다.

 

하지만, 1986년에 영국 사우스햄프턴 대학의 리키(Reekie), 풀(Poole), 그리고 미어즈(Mears)는 광신호를 광/전, 전/광 변환 없이 광신호를 그대로 증폭하는 ‘어븀 도핑 광증폭기’(EDFA, Erbium-doped fiber amplifier)를 발명했다. 다음 해에는 미국 벨 연구소(Bell Labs)에서 성능을 향상시켜 중계기 없이 저렴한 가격의 광증폭기만 사용하여 수백 km를 넘는 장거리 전송이 가능하게 되었다.

 

EDFA의 광신호 증폭 기능은 매우 우수하여 넓은 주파수 대역의 여러 광신호를 동시에 증폭해 줄 수 있다. 즉 하나의 광섬유 선로에 적절한 간격마다 EDFA 광증폭기를 설치하면, 이 선로를 통해 서로 일정한 간격 (50GHz 혹은 100GHz)의 주파수를 갖는 수십 개의 광신호를 동시에 전송할 수 있다. WDM(Wavelength Division Multiplexing)이라고 불리는 이 기술은 1990년대 초반에 상용화 되었다.

 

최근에는 하나의 광섬유를 통해 광신호 100개를 40Gb/s 속도로 전달하는 수 Tb/s급 기술은 상용화되어 사용되고 있으며, 실험실에서는 수십 Tb/s급 기술이 구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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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섬유는 천년을 버틸 기술

 

오늘날 세계는 이미 많은 광섬유로 뒤덮여 있다. 각 국가마다 갖추고 있는 유선 통신망은 물론이고 각 국가와 대륙을 연결해주는 해저 케이블도 광섬유로 이루어져 있다. 물론 아직도 비교적 짧은 구간에는 동축 케이블이나 그밖에 다양한 형태의 통신 케이블이 전기 신호를 전송하고 있다. 그러나 통신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값싸고 편리한 고속 광통신을 위해 이들은 계속 광섬유로 대체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파트 등 건물을 지을 때 각 세대마다 광섬유가 연결되도록 정책적으로 장려하고 있다. 최근 일본에서는 아예 ‘빛의 길’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가정을 광섬유로 연결하겠다고 선언하였다. 예측 불허의 기술 발전 시대임에도 광섬유 연구로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가오 박사 말대로 ‘광섬유는 향후 천년을 버틸 기술’인지 지켜볼 일이다.

 

 

 

글 김광준 / 한국전자통신연구원 광전송기술연구팀장